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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리리 님 커미션 톰늍


 

토마스가 뉴트를 다시 본 날은 오랜만에 민호와 만나는 날이었다.

민호는 학창시절 토마스와 같은 육상부였다. 토마스는 육상을 그만두고서도 민호와는 쭉 연락을 해왔었다. 서로의 세상에 교집합이 없어 의리로 하던 안부 연락도 거의 드물어질 무렵 먼저 만남을 청해온 건 민호였다. 안 그래도 몇 없는 친구 목록에서 또 하나가 삭제될 위기에 처해 있었기에 토마스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날은 어쩐지 날씨가 좀 흐렸다. 친구 한 명 데려가도 되지? 그런 연락이 온 것은 약속날 토마스가 이미 약속 장소인 펍에 여유 있게 도착한 후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강아지마냥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오히려 조금 불편하게 여겼지만 거절하기엔 민호 역시 이미 약속 장소로 나오는 길임이 틀림없었기에 조금 찝찝한 수락을 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짧지 않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냉수만 마시는 것보단 미리 뭐라도 시켜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메뉴판을 집었다. 토마스는 언제나 선택이 빨랐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메뉴 이름을 입속으로 곱씹는 도중 민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토마스."

어어. 민호…… 메뉴판에서 시선을 떼고 아직 앉기 전인 민호를 올려다보던 토마스는 말끝을 흐렸다. 어딘가 낯이 익은 금발 남자가 민호 왼편에 서있었다. 어색하다고 느낀 건 실제로 남자의 태도가 그래서였을까 아님 우직한 민호에 비해 남자가 너무 호리호리해서였을까. 둘은 같은 곳에 있었음에도 서로 이질적이었다. 의아한 토마스의 표정에 민호가 황급하게 입을 열었다. 아, 여긴 뉴트. 토마스 너도 뉴트 알지? 토마스는 뉴트와 시선이 마주치자 두어 번 눈을 깜빡거렸다. 안녕, 토마스. 뉴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의례적인 미소가 흐리게 흔적처럼 남았다. 기억보다 낮은 목소리였다. 토마스는 오며가며 인사만 가끔 했을 뿐인 친구를 오 년 만에 다시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다. 토마스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민호가 뉴트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말했다.

"모르나 본데? 뉴트, 서운하겠다?"

"아니야, 알아. 알지. 안녕."

토마스도 뉴트를 알았다. 그 뉴트. 예상치 못한 사람의 등장에 조금 당황했을 따름이었다. 가장 먼저 연상된 이미지가 기억도 흐릿한 저학년 시절 어른들이 낮고 열정적으로 속삭이던 학교 옥상에서 자의로 떨어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민호는 어쩌자고 얠 데려온 거지. 뉴트 역시 자신을 보고 저 애가 왜 여기 있지 싶어 적잖이 놀랐으리라고 확신했다. 아 근데 뭔가, 확실히 다른데. 어디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는데 어딘가 이질적인 이, 느낌. 토마스는 퍽 불편하게 웃고 있는 뉴트를 바라보며 입술을 축였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 행동만 몇 번 반복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되게……"

달라 보인다, 너. 토마스의 말에 뉴트는 당황한 듯 짧게 웃음을 흘렸다. 토마스조차 자신의 생각 그대로 나온 말을 주워 담고 싶었다. 토마스, 너는 정말 한결같아. 뱃속에 남는 웃음기를 누르느라 얼굴도 빨개졌다. 그 모습조차 토마스에게는 영 편치 못했다.

뉴트는 술을 잘 마시지 않았다. 못 마시는 게 아니라 안 마시는 거야. 이 자식 한 번 들어가면 끝장을 본다고. 맥주가 한두 잔 들어간 민호가 어느새 불콰해진 얼굴로 뇌까렸으나 뉴트는 그저 말없이 웃을 따름이었다. 민호는 원체 말이 많았다. 언제나 거기에 한두 마디 덧붙이는 역할이었던 토마스는 그것만으로 뉴트와 교집합이 생긴 것 같았다. 하지만 술뿐만이 아니라, 뉴트는 그냥 줄곧 어딘가 편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막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뉴트의 등을 민호가 툭 치더니 또다시 입을 열었다.

"아, 토마스. 뉴트 이 자식 데뷔했다?“

데뷔? 토마스는 일순간 어리둥절해져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전부터 씻은 배추 줄기마냥 희고 멀끔하더니 언제 소형 기획사에 들어가 소리소문 없이 연예인이라도 된 건가. 민호는 토마스의 부질 없는 망상을 바로 눈치챘다.

"연예인 같은 게 아니고, 화가로."

얘 원래 그림 그리던 건 알지? 그래서 맨날 운동장 구석에서 크로키 했잖아. 응, 기억나. 토마스는 대충 대답하며 포크로 소시지를 뒤적였다. 대답을 들은 뉴트는 슬쩍 토마스의 눈치를 봤지만 시선이 소시지에게만 가 있는 토마스는 알 길이 없었다. 근데 화가로 데뷔하는 건 뭐지. 연예인처럼 방송에 나오는 건가.

"그래서 그러는데, 다음주에 시간 있으면 뉴트 개인 전시회 같이 가자고."

"……나?"

토마스는 민호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뉴트는 토마스의 눈치를 살피는 듯싶더니 이내 야, 별 말을 다 해. 하며 민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소시지를 뒤적이는 토마스의 손이 조금 빨라졌다. 어어, 싫다는 게 아니고, 좋아.

"근데 개인 전시회라니. 대단하다."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대단해. 토마스는 소시지에서 시선을 옮겨 뉴트와 눈을 마주했다. 뉴트가 반사적으로 짓는 미소가 어쩐지 약간 긴장한 듯 보였다. 대단하긴, 운이 좋았지. 토마스는 뉴트의 입가를 살폈다. 아니, 토마스 때문에 경직된 건가. 하지만 왜? 토마스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뉴트가 다시 한 번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 있나 봐?"

"으응, 이제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은데."

대충 대꾸하고는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 일어나는 뉴트의 어정쩡하게 서있는 모습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토마스는 눈을 아래로 깔았다. 나 먼저 들어갈게. 어어, 가 봐. 뉴트의 등을 대충 토닥이는 민호의 작별 인사에 이어 토마스도 대충 인사를 웅얼거렸다. 그런데,

"토미."

아, 예고 없이 귀를 타고 들어오는 애정 어린 호칭. 토마스는 자기도 모르게 뉴트를 올려다 봤다. 자동적인 반응이었다. 뉴트는 스스로도 조금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말했다.

"먼저 가 볼게."

똑같은 인사의 반복. 어? 어어, 으응. 조심히 들어가 뉴트. 어리둥절함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뇌까렸다. 뉴트가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확인한 민호는 피쳐를 들어 잔을 채우며 변명하듯 조용히 말했다.

"오늘 날이 안 좋아서 그래."

"……어?"

"날씨가 안 좋아서 뉴트 기분이 안 좋은 거라고. 원래 안 저래."

이런 날마다 발목이 쑤신댔으니까. 민호가 잔을 들며 투덜거렸다. 토마스는 민호의 목울대를 멀거니 응시했다. 어…… 그렇구나. 이해해. 토마스는 민호가 그런 말을 하는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표정이 멍청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날따라 이해할 수 없는 정보가 너무 많이 입력되었고 토마스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민호를 조금만 구슬리면 될 것 같은데. 토마스는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며 흘끔 민호의 눈치를 봤다. 민호는 맥주잔을 한 번 토마스를 한 번 번갈아 보더니 이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래서…… 뉴트 어때?"

토마스의 예상은 틀렸다. 민호는 구슬릴 필요도 없었다.

 

 

*

 

 

첫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첫날이었기 때문에 뉴트의 갤러리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있었다. 토마스는 갤러리 입구에 서서 안쪽을 기웃거렸다. 드나드는 사람들이 자꾸만 힐끔거렸다. 토마스는 자꾸 며칠 전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곱씹어 보곤 했다. 뉴트가 자리를 뜨고, 괜히 술을 홀짝이며 먼 곳을 보던 민호는 결국 입을 열었다. 쟤가 널 좀 좋아했거든. 비밀스럽게 털어놓는 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토마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나를?"

그렇다니까. 둘 다 요즘 심심해 보여서 어떻게 좀 자리라도 마련해 본 건데…… 민호는 작게 투덜거렸다. 토마스는 포크를 들어 입에 물었다. 얼굴이 조금 뜨거워지는 건 술기운 탓인가? 포크를 앞니로 조금 잘근거리다 여는 입. 음, 그거 진짜 고마운 일인데…… 이럴 때만큼 고맙다는 말이 힘 없을 때 있을까. 민호는 토마스의 반응을 흘끔 살피곤 어깨를 으쓱했다.

"감흥 없어 보이네."

"그렇다기 보단,"

"번호 알려줄까?"

"그게 몇 년 전 얘긴데, 민호."

토마스는 가볍게 웃으며 포크를 든 손을 내저었다. 감정을 무력화하기 가장 효과적인 건 시간이다. 지금 되새겨 주면 부담스러워할걸? 토마스가 낮게 중얼거리는 말에 민호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토마스는 민호와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민호는 다만 답답하다는 듯 마른세수를 했다. 어딘가 찝찝한 구석이 있는 민호의 반응. 흐지부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고 끝까지 다시 그 주제로 대화가 옮겨붙지는 않았지만 사실 둘은 여전히 그리고 끝까지 그 이야기를 입에 머금고 있었다.

"뭐해?"

그래서 민호가 갤러리 입구에서 우물쭈물하는 토마스에게 물었을 때, 토마스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의 준비."

"하여간 미친 놈."

질렸다는 듯 말을 내뱉으며 민호는 토마스의 팔을 붙잡았다. 토마스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겼다. 억센 손아귀에 붙잡혀 들어간 전시관은 여느 갤러리와 다름없이 밝은 베이지색으로 회칠한 벽에 벨벳 같은 바닥. 뉴트의 눈동자 색이었다. 구경하고 있어 봐. 난 뉴트한테 인사 좀 하고 올게. 민호는 토마스의 팔을 놓으며 말했다. 민호에게 잡혔던 팔이 조금 찌르르했다. 토마스는 높이와 폭이 제 품만 한 첫 번째 캔버스를 바라보았다. 키스를 연상시키는 온통 번쩍거리는 금색의 소용돌이가 캔버스의 중앙을 향하고 있었다. 토마스는 예술에 조예가 깊지 못했다. 뭘로 그린 거지.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스스로도 수준 낮게 여겨지는 질문이었다. 토마스는 캔버스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딱 보기에도 여러 겹 두껍게 칠해져 있는 물감. 그 다채로운 질감과 채도와 명도의 금색은 문득 토마스로 하여금 학창시절 운동장 뺑뺑이를 돌던 중 문득 눈에 들어온 바람에 흩어지는 금색 머리를 떠올리게 했으나……

뉴트의 화풍은 대체로 토마스가 처음 본 그림처럼 금색으로 표현한 장엄한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금색 소용돌이, 금색의 토마스 한 아름만 한 꽃 봉오리, 아래로 아래로 떨어질수록 검정이 되는 금색 폭포…… 그 가운데서 토마스는 한 작품 앞에 우뚝 멈춰 섰다.

검은 바탕에 온갖 동물들이 그려져 있었다. 짙은 붉은색, 그러니까, 정확히, 피 같은 색으로. 처음에 그림의 왼쪽 위 오리를 보고 토마스는 오리가 단지 강 위에 있는 모습인 줄 알았다. 다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동물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토마스는 오리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 곰, 여우, 강아지, 플라밍고, 카멜레온, 고양이가 모두 뒷다리가 없다는 걸 알아챘다. 사람으로 치면 모두 상반신뿐이었다. 토마스는 한참을 그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어쩐지 반감이 드는 그림이었지만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 토마스는 자신이 그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사실에 조금 자존심이 상할 정도였다.

"그림은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는 거야."

갑자기 들려온 퍽 쾌활한 목소리에 토마스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았다. 거기에 뉴트가 있었다. 지난번보다 조금 밝은 표정으로. 오. 토마스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입을 뻐끔거리다 한마디를 내뱉었다. 멀리서……

"멀리서, 보라고 했지?"

"응, 이 그림은 특히."

토마스는 뉴트의 눈치를 조금 보다가 반대쪽 벽이 등에 닿을 때까지 뒷걸음질했다. 전체에 시선을 두자 사람이 보였다. 다리가 없는 동물들로 이루어진 다리가 없는 사람. ……오. 토마스는 눈을 떼지 못했다. 어쩐지 그림의 작가를 종교 삼아 맹신하고 싶어졌다.

"어때?"

토마스 곁으로 천천히 다가온 뉴트가 물었다. 토마스는 문득 그애의 편치 못한 걸음걸이에 시선이 가려는 걸 애써 참고 뉴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딱히 기대감이나 긴장 같은 감정은 담기지 않은, 순수하게 토마스의 의견을 묻는 표정이었다. 토마스는 진심으로 감탄하는 그대로 내뱉었다.

"뉴트, 나 이 그림 마음에 들어."

"그래?"

"응, 진짜로. 사람 그림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던데, 사람 진짜 잘 그린다."

"사람만큼 많이 그려 본 게 없으니까."

어쩐지 의미심장한 투로 대꾸하는 뉴트의 웃음에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또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부. 형광등 아래에서 똑바로 바라본 뉴트의 눈은 맑은 커피 같은 색이었고 토마스는 그게 뉴트와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문득 뉴트가 지난번 만남과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여전히 예의가 발랐지만 지난번과 달리 선을 긋는 태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얼굴에 완연한 미소. 토마스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혀로 아랫입술을 좀 축였다. 어떤 희망사항이 줄곧 머리에 머물렀다.

"저기, 뉴트, 혹시."

"아, 거깄었구나!"

작품 옆 코너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민호가 뉴트의 어깨를 붙잡았다. 겨우 찾았네. 언제부터 너희가 나 빼고 대화하는 사이였어? 민호가 장난스러운 투로 말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뉴트는 장난스럽게 민호를 밀쳤다. 뭐래. 토마스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그들의 친밀감에 조금 위축되었다.

"아, 토미. 방금 하려던 말 뭐였어?"

뉴트가 고개를 돌려 다시 토마스를 바라보았다. 토마스가 침을 삼켰다. 가볍게 말하자. 가볍게, 농담처럼. 입속으로 되새겼지만 먹힐 리 없었다. 그애는 퍽 진중한 눈빛으로 뉴트를 바라보며 머뭇머뭇 말을 꺼냈다. 묘한 분위기에 뉴트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혹시 나도 그려 줄 수 있어?"

몇 초 간 당황스러운 표정이 된 뉴트는 이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뉴트가 너무 격하게 웃는 바람에 토마스는 더욱 머쓱해져 얼굴이 새빨개졌다. 왜 웃는 건데! 웃음을 진정시키며 뉴트는 토마스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토마스는 부끄럼움에 경황이 없는 나머지 뉴트의 눈빛에 어린 장난기를 눈치채지 못하였다.

"토미, 미안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그리고 싶어."

웬 뜬금 없는 소리. 어안이 벙벙해진 토마스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큰 눈을 깜빡거렸다. 뉴트가 좋아하는 것? 뉴트는 나를 안 좋아하나? 아니, 뭐래. 뉴트가 나를 왜 좋아해.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과거의 감정은 과거의 감정이다. 특히 그 나잇대의 감정은 한 철도 피지 못하고 금세 시들곤 한다. 연정을 잊어버리고도 남았을 시간. 혹은 애초에 그리 깊은 애정은 가진 적이 없었을지도. 손에 땀이 배어나왔다. 입고 있는 청바지에 손을 꾹 붙였다. 귀까지 시뻘개진 토마스는 변명한 말을 찾아 단어들을 더듬거렸다.

"아, 나는……"

"농담이야."

짓궂게 터뜨리는 웃음. 토마스는 순간 미간을 좁혔지만 어딘가 밟히는 그 웃음에 표정을 풀고 말았다. 보다시피 사람을 잘 안 그려서. 뉴트가 여전히 웃으며 다정한 변명을 했다. 모델을 잘 안 쓸 뿐더러 작업실에 사람 들이는 게 어색해서 그렇다고. 결코 네가 싫단 게 아니고. 그래도,

"진짜 원하면 예쁘게 굴어 봐."

토마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뉴트가 언제나와 같이 퍽 짓궂게 웃었다,

"언젠간 그려줄 수도 있잖아."

토마스는 뉴트 앞에서 꼭 어린애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도움을 찾아 민호를 바라보았지만 민호는 습관처럼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아, 나 찾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좀 가 볼게. 뉴트는 반대쪽을 흘끔거리다 이내 사라졌고, 뉴트를 따라 토마스를 스쳐 지나가며 민호는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이 좀 바뀌었나 보네. 번호 줄까?"

토마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영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진 기분이 들었다.

 

 

*

 

 

뉴트, 안녕.

좋은 아침 뉴트.

아니, 점심이지. 좋은 점심.

어제 잘 들어갔어?

어제 잘 들어갔어 좋다. 침대 위에 누워 문자를 몇 번을 쓰다 지웠다 하던 토마스는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고쳐 잡았다. 민호가 알려준 뉴트의 번호는 메모도 없이 그 자리에서 외워 버렸다. 자세를 고쳐 엎드려 누웠다. 뉴트는 답장이 느렸다.

 

 

[뉴트, 나 토마스인데]

1:13 [어제 잘 들어갔지?]

 

Newt

[토미, 연락 줄 줄은 몰랐는데.]

[잘 들어왔어. 너도 잘 들어갔지?] 1:32

 

1:34 [그럼. 전시회 더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다 못 보고 왔거든.]

 

Newt

[다음에 또 보러 오면 되지.] 2:00

 

2:00 [또 보러 가도 돼?]

 

Newt

[그럼. 나야 좋지.] 2:05

 

2:11 [좋다.]

2:23 [혹시 나중에 용건 없이 연락해도 돼?]

2:27 [그러니까 그냥 심심하거나 그럴 때]

 

Newt

[그것도 좋아.] 2:30

 

2:30 [좋네.]

 

 

답신은 없었다. 토마스는 대화가 끊이는 걸 원하지 않았고 쓸데없는 몇 마디를 더 덧붙일까 잠시 고민하다 그만두었다. 사실은 겨우 텍스트로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토마스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

 

 

토마스는 유리로 된 건물 외부 벽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아무렇게나 자란 검은 머리를 조금 매만졌다.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토마스는 이 갤러리 입구에 서자 전과 다름없이 긴장되었다. 어쩐지 조금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처럼 울렁거렸지만 긴장한 손을 청바지에 줄곧 문지를 뿐 달리 내색하지 않았다. 청바지에 아무 티셔츠나 달랑 주워 입은 제 모습이 그 공간과 이질적이라고 느껴졌다.

발을 내려놓는 바닥은 토마스의 기척을 먹어버렸다. 짙은 갈색 카페트는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깔끔했다. 토마스는 지난 방문에 다 못 본 구역으로 향했다. 역시나 뉴트의 금색이 눈에 띄었다.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색.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그림. 그 색채를 바라보자 토마스는 가슴이 뛰었고 편안해졌다. 그 어휘의 설명할 수 없는 간극을 생각하며 토마스는 전시실의 코너를 돌았다. 예상치 못한 넓은 공간이 나왔다. 토마스는 의아한 시선으로 그 넓은 벽면을 다 채우는 그림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가로로 큰 그림이었다. 그 위에 오로지 연필로만 그린 것 같은 토마스와 거의 비슷한 체구의 남자가ㅡ아니 어쩌면 딱 뉴트만 한 남자가 달리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달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토마스가 본 뉴트의 그림 중 가장 사실적이고 단순한 그림이었는데, 그리고 그 남자의 모습이 토마스에게는 어딘가 무엇인가가 자꾸,

"……토미?"

머리가 저릿하도록 친근하게 불러오는 호칭에 토마스는 뒤를 돌았다. 확실했다. 뉴트는 토마스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뉴트의 표정은 모호했다. 조금은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그건 기분 좋은 놀라움이었다. 그 표정에 토마스는 미친 듯 뛰던 심장 박동이 조금 사그라드는 걸 느꼈다.

"네가 여기서 뭐 해?"

"또 보러 오라고 해서……"

토마스는 말끝을 조금 흐렸다. 마주친 눈은 피하지 않고 끈기있게 바라보았다.

"전시 또 보고 싶단 게 진심이었어? 인사치렌 줄 알았는데."

뉴트의 얼굴에 기쁜 빛이 스쳤다. 보기 드문 표정인 걸 알았다. 온통 기대하지 못한 일들이었다. 뉴트는 몇 마디 말을 덧붙이려다 입만 달싹거리고는 그만두는 토마스의 어깨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그거 진짜…… 기분 좋다."

그럼 재밌게 구경하고 가. 토마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본인을 스쳐 지나가려는 뉴트를 문득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손에 너무 쉽게 잡히는 뉴트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저기, 뉴트!"

뉴트가 놀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그 다음에나 들었다.

"물론 네 그림도 좋고, 또 보고 싶었지만…… 나는 너도, 또 보고 싶어서,"

더듬거리며 서툴게 나열하는 말에 뉴트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손아귀가 축축했다. 토마스는 손에 힘을 풀고 뉴트의 손을 가볍게 그러잡았다. 뉴트는 잠시 상기된 토마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습기가 찬 손에 연필 선은 쉽게 번진다. 토미, 습관처럼 찡그리며 말을 고르는 미간. 나지막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혀로 입술을 축이는 습관. 토마스는 그 간극이 참을 수 없어 다시 입을 열려 했지만, 토미, 혹시 조만간 시간 되면,

"널 그리고 싶으니까,"

내 작업실에 초대해도 괜찮을까.

안 괜찮을 수가 없었다.

 

 

*

 

 

뉴트의 작업실은 한눈에 파악되는 그의 인상만큼 퍽 깔끔했다. 너 온대서 치우느라 애먹었어. 뉴트는 믿기 힘든 소리를 했다. 쌍방으로 어색한 상황이었다. 진짜 친한 친구 몇 빼고는 작업실에 사람 들이는 게 거의 처음이라며 뉴트는 둘러댔다. 토마스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 익숙한 작업실에 앞서 들어가는 발걸음이 어쩐지 긴장되었으나 다름없이 긴장한 토마스는 눈치 채지 못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어떡하지."

뉴트는 스스로도 엉거주춤 서 있으면서 곤란한 표정을 했다. 뉴트가 머리를 쓸어 넘겼고 토마스는 그게 좋았다.

"괜찮아. 여기 아무데나 앉으면 되지 뭐. 깨끗해 보이는데."

토마스는 하얀 바닥 아무데나 놓인 물감 자국이 말라붙어 있는 조잡한 나무 의자를 가리켰고 뉴트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든가. 차 마실래?"

뉴트가 서랍장 위에 대충 놓인 커피포트를 집어 들어 콘센트에 연결하고 티백과 찻잔을 준비하러 찬장을 열 동안 토마스는 뉴트의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모델도 안 쓴다면서, 작업실에 사람도 잘 안 들인다면서 저번에 본 것과 같은 완벽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그리는 건가. 그걸 재능이라고 하나.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간혹 작품의 일부일 어떤 색채가 묻어있는 것을 제외하면 작업실은 온통 하얗고 깔끔했다……만, 단 한 군데가 정돈되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이건 다 뭐야?"

토마스는 목재 책장과 피아노 사이 단정치 못하게 쌓인 스케치북들 옆에 한쪽 무릎을 꿇어앉으며 물었다. 무릎 높이로 쌓인 스케치북을 하나하나 들어 올려 보던 토마스가 그중 네 번째로 위에 있는 스케치북 하나를 집는 것도 모르고 찬장을 뒤적이던 뉴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거? 그냥 손 심심할 때 대충 크로키한 것들."

"봐도 돼?"

"마음대로 해. 어차피 다 옛날 그림이라 버리려고 내놓은,"

잠깐, 내가 그 스케치북을 어디다 뒀더라.

"뉴트."

"토미, 잠시만,"

뉴트는 들고 있던 찻잔을 다급하게 내려놓고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토마스에게 다가갔다.

"이거 나야?"

젠장, 좆 됐다.

하지만 토마스는 이미 집어든 스케치북을 한 장 넘긴 채였다. 조금 서툰 듯 너저분한 선으로 크로키한 몸체 위에, 다른 사람 눈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누가 봐도 토마스의 머리카락과 토마스의 얼굴과 토마스의 운동복.

"토미, 내가 설명할게. 그냥 크로키 연습 삼아 그린 건데,"

"이거 진짜 나야?"

"네가 항상 운동장을 뛰고 있었던 데다가,"

"네가 날 그린 거야?"

"토미, 그건 나 삼 학년 때 그림이고,"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뉴트. 나 진짜 기뻐."

"뭐?"

뉴트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때 종종 그러듯 미간을 좁혔다.

"네가 날 그려준 거, 기분 좋다고, 뉴트."

토마스는 갈 곳 잃고 머뭇거리던 양손으로 어리둥절한 뉴트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온 얼굴에 완연한 함박웃음. 여전히 할 말을 잃고 서 있는 뉴트를 아는지 모르는지 토마스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네 모델이 된 것 같잖아."

모델이라니. 토마스의 입에서 절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단어가 나오자 뉴트는 앞뒤 상황도 잊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토미, 멍청아.

"그냥 크로키 연습이었다고. 운동하는 애들이 움직임이 많으니까 육상부인 널 그린 거야."

그러다가 얼굴도 그리고, 손도 그려 보고, 그렇게 되었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냥 너희 육상부는 항상 운동장에 있었으니까 보고 그리기 편했고, 그러다 보니 너를 그리게 된 거라고, 가라앉지 않은 양 뺨을 가리지도 못하고 뉴트는 토마스의 어깨 언저리만 바라봤다. 조목조목 설명하는 침착한 목소리가 간혹 갈라지는 걸 헛기침으로 무마했다. 말을 마치고 올려다 본 토마스의 표정은 미묘했다. 뉴트는 도로 미간을 좁혔다.

"너 안 믿지."

"내가 널 어떻게 안 믿어."

토마스가 뉴트의 말이 멎자마자 자동적으로 대꾸했다. 토마스의 말에 뱃속에서 곧바로 올라오는 정체 모를 이상한 기분. 하지만 그게 영 나쁘지는 않았고. 뉴트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뉴트,"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뉴트는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민호가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대강 말리며 다가와 그의 곁에 앉았다. 그러곤 뉴트가 바라보고 있던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운동장엔 마지막까지 남아 달리고 있는 육상부 몇몇이 있었고 그중엔 토마스도 있었다. 민호는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입을 열었다.

"또 저 녀석이야?"

뉴트는 멋쩍게 웃으며 다시 고개를 수그렸다. 귀엽잖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툭 뱉은 묘한 민호의 시선이 느껴지자 덧붙였다. 열정적인 게. 뉴트는 한숨을 쉬며 민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민호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 입을 놀렸다.

"하긴 뉴턴 씨는 예술가라 크로키 연습할 때에도 그림에 담을 열정이 필요하시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뉴트는 빈정거리는 민호의 말을 들은 척도 않고 연필과 스케치북을 탁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민호는 영 못마땅한 듯 어깨를 으쓱이곤 뉴트를 따라 일어났다.

토마스는 불현듯 뉴트가 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으나 홀로 쓸쓸하게 놓인 스케치북이 괜히 눈에 밟혔다. 토마스는 달리던 방향을 틀어 스케치북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간혹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산책로를 서성거렸다. 토마스는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이내 쭈그리고 앉아 스케치북을 딱 한 장 넘겨 보았다. 숨을 조금 헐떡였다. 생동감 넘치는 운동선수의 몸이 원근법을 무시한 채 평면 위에 무작위로 그려져 있었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세, 준비 자세, 막 달리기 시작하는 자세. 와. 토마스는 작게 탄식했다. 미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수준급의 실력이란 건 알아볼 수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던 중, 어 잠깐 이거 나 아니야? 다섯 페이지쯤 넘겼을 때 어설프지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닮은 얼굴과 표정들.

"야, 토마스."

이어 제 등허리에 가해지는 충격에 스케치북을 잡은 손을 놓치며 억 하고 고꾸러지고 말았는데, 짜증 묻어나는 얼굴로 돌아본 곳에는 트리사가 조금 놀란 기색으로 서 있었다.

"미안, 아팠어?"

"놀랐지."

토마스는 떨어뜨린 스케치북을 집어 원래 있던 곳에 두곤 투덜거렸다.

"벌써 점심시간이야?"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뛰니, 너는?"

밥 먹으러 가자. 토마스는 먼저 돌아서는 트리사를 따라 일어섰다. 뛰는 중엔 몰랐는데 허기가 느껴졌다. 토마스는 왠지 내려놓은 스케치북을 자꾸만 돌아봤고, 바람에 팔랑이던 종이는 다시 한 장 한 장 앞으로 넘어갔다.

 

 

*

 

 

어떻게 하고 있어야 해. 편하게 앉아서 나만 봐. 이상한 포즈 취하거나 하지는 말고. 그냥 보이는 대로 너를 그릴 거야. 어 나 그건 잘 할 수 있어 너만 보는 거. …….

토마스는 뉴트의 다리 세 개짜리 원목 의자에 어색하게 앉곤 손을 허벅지에 올렸다. 뉴트는 이젤과 스케치북을 가져 와 토마스가 앉은 것과 비슷한 의자를 그 앞에 두고 앉았다. 이젤 옆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토마스를 바라보는 뉴트. 거침이 없이 큰 선을 긋는 뉴트의 손짓. 슥슥 연필 선 그어지는 소리 사이로 옅게 들려오는 숨소리. 숨소리. 숨소리.

"궁금한 게 있어."

토마스는 이젤과 스케치북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뉴트에게 물었다. 뭔데? 뉴트는 잠시 간극을 두다 연필을 쥔 손을 멈추지 않고 대꾸했다. 토마스는 제 손을 만지작거리며 머뭇댔다.

"그러니까,"

"응."

"민호도 육상부였잖아."

"민호는 왜?"

그 애가 습관처럼 얼굴을 구겼다는 게 멈칫하는 뉴트의 손에서도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애가 나보다 운동을 더 오래 했고, 너랑 더 친하니까, 네 말대로 단순히 크로키라면 걜 그리는 게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하고."

뉴트는 연필을 쥔 손을 아주 멈추었다. 으음. 곤란한 신음성이 이젤 뒤에서 들려왔다. 토마스는 간혹 이렇게 대답이 곤란할 만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곤 했다. 숨소리로 채워지는 간극. 뉴트는 천천히 연필을 내려놓았다.

"비밀 하나 알려줄까?"

"뭔데?"

"다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토미 네가 제일 그리고 싶었거든."

3학년 때도, 지금도. 빨개진 얼굴을 스케치북 뒤에 숨긴 뉴트는 담담하게 얘기하고 토마스는 뉴트와 자신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스케치북만 빤히 바라본다. 뉴트는 다시 연필을 집어 들지 않는다. 토마스는 혀로 입술을 좀 축였다. 숨을 참는다. 지금 저 이젤을 밀쳐 버리고 뉴트의 어깨를 붙잡고 키스해도 괜찮은 타이밍인가. 땀이 배어나오는 손으로 양 무릎을 짚고서 상황을 재본다.




@:....저.... 현대au톰늍... 토마스를 오래 짝사랑한 뉴트인데 토마스가 전혀 모르다가 성인되고 다시만나서(아니면알고지내다가뭔가의이유로) 뉴ㅠ트한테 뿅 반해가지고 작업거는그런ㄱ거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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