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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면 키스 안 해준다 어쩌고 그거 톰늍




BGM : Never Be The Same - Toby Randall





총성이 울린다. 젠장! 브렌다가 욕지거리를 하며 총을 고쳐잡는다. 그들 무리는 실행하던 작전을 뒤로 하고 냅다 달린다. 빈스는 무전으로 차를 몰고 올 호르헤에게 위치를 알린다. 토마스는 뒤를 봐주는 브렌다를 도우러 총을 꺼내든다. 건물 출구가 보인다. 토마스는 가장 뒤에서 무리를 따라 출구를 향해 달려가며 대충 머릿수를 확인한다……뉴트, 뉴트 어딨지, 어 어 어



뉴트!



원래 불편하던 다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멀어져 있는 뉴트를 발견하고 토마스는 앞뒤 안 가리고 그에게로 달린다. 토마스! 브렌다가 아연실색하여 이름을 외치지만 들리지 않는다. 토마스는 절뚝이는 뉴트를 한 팔로는 부축하며 몸을 낮춘다. 여전히 총알이 날아온다. 갑작스럽게도 정신 없는 와중에도 불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가까스로 건물을 벗어나자 일행은 이미 호르헤의 차에 타 그들을 기다리는 채였다. 빨리 타! 빨리! 재촉하는 소리에 뉴트를 먼저 차에 태우고 토마스 자신도 몸을 욱여넣는다. 누군지 모를 손들이 그애의 팔을 붙들고 끌어올린다.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눈앞이 반짝거린다. 와중에도 토마스는 그 눈으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뉴트를 눈에 담는다.



토마스, 너! 미쳤……



까지 말하는 브렌다의 목소리가 마지막 기억이다.








아이보리색 막사 천장이 보인다.


토마스는 앓는 소리를 하며 겨우겨우 일어난다. 고통의 근원지가 어딘지 모르게 삭신이 쑤신다. 이리저리 몸을 둘러 보다 옷자락을 걷어 보니 갈비뼈 아랫쪽이 커다란 거즈로 싸여 있다. 상처를 확인하면 언제나 감각이 훨씬 예민해진다. 쓰라리고 가렵고 쿡쿡 찌른다. 토마스는 여전히 몸을 움직이기 불편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일어나 걷는 데에 성공한다. 막사의 하늘거리는 문을 걷고 밖으로 나간다. 거기 뉴트가 있다. 토마스는 뉴트의 뒷모습을 보고 큰소리로 그애의 이름을 부르려 입을 벌린다.



뉴,

토마스! 그렇게 무작정 달려가면 어떡해!



잔뜩 화가 난 브렌다가 차마 다친 토마스의 몸에 손은 대지 못하고 씩씩거린다. 조금 멀리 서있던 뉴트도, 바로 앞에 앉아 있던 호르헤도 깜짝 놀라 그들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뉴트는 토마스에게 힐끔 시선을 줄 뿐 그에게로 향하지는 않는다. 우리도 약속이란 게 있다고! 토마스는 뭐라뭐라 대꾸하려 입을 열지만 시선은 자꾸 브렌다의 어깨너머 뉴트에게로 향한다. 호르헤가 브렌다의 성질을 만류한다. 브렌다는 토마스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진절머리가 난 듯 발을 구르며 다른 곳으로 향한다. 뉴트의 고개가 다시 돌아간다.


뉴트는 자주 혼자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럴 때면 어느 매점의 문을 박살내고 식료품을 챙길 때 함께 가져왔던 담배를 옆에 두고 줄곧 피워댔다. 중요한 작전을 그르쳤을 때엔 더욱 그렇다. 이제 예삿일이나 다름없는 실패는 뉴트에게 아직도 몸에 익지 않은 무게다. 그럴 때면 뉴트와 상실감을 나누고 싶은 토마스의 의견은 묵살된다. 그저 주인에게 버려진 강아지처럼 조금 멀리서 그 애의 그림자가 그에게 닿을 때까지 하염없이 뒷모습만 바라보곤 한다. 그 애의 머리 위로 무겁게 피어오르는 독한 담배 연기.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태로워 보이는 그 애의 뒷모습. 토마스는 이제는 익숙해진 서운한 마음을 애써 삼키며 호르헤의 옆에 앉는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마당에 폐가 썩어라 담배를 피워대니, 원. 호르헤의 혼잣말에 토마스는 놀라 바라본다. 폐가 썩어요? 그럼 연기를 들이마시는 게 불로장생 약이라도 될 줄 알았어? 놀란 표정은 금방 심각해진다. 토마스는 다시 멀찍이 선 뉴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한쪽 다리에 무게를 싣고 선 뉴트가 입에서 담배를 떼고 숨을 내쉴 때마다 탁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토마스와 뉴트의 사이에는 간간히 안개처럼 모래 바람이 불어온다. 토마스의 시야가 흐려지고 맑아짐에 따라 뉴트도 같이 흐려졌다 맑아진다. 근심 가득한 표정에 호르헤가 토마스의 어깨를 짚고 먼저 일어선다. 폐암으로 죽기 전에 네 눈빛에 닳아 없어지겠다. 토마스는 그 말에 뭔가 들키기라도 한 듯 놀라 고개를 돌려 뭐라뭐라 변명하려 입을 달싹이나 호르헤는 이미 저만치 앞에 가 있다. 터덜터덜 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잠시 응시한다.








뉴트.



부르는 말에 소년은 뒤를 돌아 본다. 피곤한 얼굴은 금세 풀어진다. 토미. 토마스는 조금 머뭇거리다 굳이 뉴트가 앉은 해먹으로 걸어가 그 옆에 함께 앉는다. 당연하게 기대오는 무게에 뉴트는 자세를 조금 고쳐 앉는다.



피곤해 보여.



쳐다도 못 보며 딴엔 퍽 신중하게 건넨 말에 뉴트는 끙 앓는 소릴 한다. 대답은 없다. 다만 조금 열린 막사의 틈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을 눈으로 짚어간다. 뉴트가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내린다.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뉴트는 마침내 입을 연다. 토미.



응?

또 아까처럼 뒤쳐지면 나를 두고 가.



뉴트는 나를, 이라고 강하게 발음한다. 토마스는 기댔던 몸을 일으켜 뉴트를 똑바로 쳐다본다. 뭐라 대답하지도 못하고 상처 받은 표정으로. 뉴트는 눈치도 못 채고 익숙한 몸짓으로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낸다. 토마스는 자연스럽게 라이터 뚜껑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이는 뉴트의 손을 바라본다. 작은 불꽃이 담배 끝에 옮겨 붙고 종이는 조금씩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 반대편이 뉴트의 입술에 걸릴 즈음 토마스는 내뱉는다. 담배 안 피우면 안 돼?


의도한 것보다 조금 더 심통맞게 말이 나온다. 멎는 움직임에 토마스는 고개를 조금 들어 뉴트의 눈을 바라본다. 조금 의아한 표정이 얼굴에 걸렸다. 담배가 그 애의 입술에서 멀어진다. 왜? 되묻는 목소리에는 조금의 불쾌감이 섞였다.



몸에 안 좋다잖아.

이 거지 같은 모래 바람 들이마시는 것도 몸에 안 좋거든.

그건 이거랑 다르지. 숨은 쉬어야 살잖아.



뉴트가 미간을 좁힌다. 몸을 조금 움직여 토마스에게서 떨어져 앉는다.



토미, 나한텐 이미 이게 공기나 마찬가지거든. 갑자기 왜 그래?

네, 네가 죽을까 봐 무서워!



벌어진 상처처럼 얼떨결에 내뱉은 대답은 정적이 된다. 토마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닥만 내려다 본다. 뉴트는 조금 충격 받은 눈빛으로 토마스의 얼굴을 바라본다. 뉴트는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한다. 멈춰 버린 공기에 뉴트는 고개를 돌리며 습관처럼 다시 담배를 물려고 손을 움직인다. 토마스가 뉴트의 팔을 붙잡으며 급하게 내뱉는다. 야, 야아.



앞으로 담배 피우면 키스 안 해줄 거야.



당황한 뉴트의 눈을 토마스는 바로 응시한다. 뉴트는 시선을 피하지 못한다. 토마스의 눈은 터무니없는 요구에 비해 언제나 너무 진지한 눈이다. 담배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담뱃재가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뭐래, 미친.



뉴트는 미간을 좁히며 토마스가 붙잡은 팔을 비틀어 뺀다. 토마스는 냉랭한 뉴트의 반응에 김이 식어 입만 멍하니 벌리고 있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크게 기분이 나쁜 것 같지도 않는 뉴트의 표정은 헤아리기 힘들다. 다시 뉴트의 입가로 향하는 담배나 손이나 토마스는 허망한 눈빛으로 바라볼 따름이다.








토마스와 빈스가 선두에 서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자동문은 아직도 작동하고 매장 내부도 아주 환하고 멀끔하다. 온 지구에 닥친 재앙이 그곳만은 피해간 것만 같았다. 크랭크의 흔적은 없어 보인다. 꼭 그 장소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빈스가 고갯짓으로 동행한 이들에게 들어오라는 신호를 한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급하게 뒤를 따라 들어간 그들은 둘셋씩 뭉쳐 각자 다른 매대로 향한다. 브렌다와 뉴트가 어느 진열대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눈으로 좇던 토마스는 빈스의 재촉에 따라 그 바로 건너편 진열대를 살피러 간다.


총을 허리춤에 걸고 들고 온 자루를 양껏 벌리고 되는대로 각종 양념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통조림 같은 것들을 쓸어 넣는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진열대에 창문처럼 반대편을 향하는 구멍이 뚫린다. 토마스는 웬 이탈리아 소스 같은 것을 잡아 넣으면서 무의식적으로 그 너머를 응시한다. 등을 보이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진열대를 훑는 뉴트가 보인다. 눈에 보이자 웅얼웅얼 뭉크러지던 건너편의 대화도 선명하게 들린다. 토마스는 다시 몸을 움직이며 자기도 모르게 뉴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멀리서도 제자리를 찾아내는 귀화 본능이다.



왜? 뉴트, 뭐 찾는 거라도 있어?

사탕이나 껌 같은 거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뭐? 너 단 거 안 좋아하잖아. 갑자기 왜?

어어, 이제 담배 끊으려고.



토마스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춘다. 모르는 새에 자루가 손아귀에서 스르르 내려간다. 토미가……하며 이어지던 건너편의 말소리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뚝 끊긴다. 훔쳐 들은 것도 아닌데 토마스는 괜히 멋쩍어져 얼굴이 달아오른다. 떨어뜨릴 뻔 한 자루를 이번에는 놓치지 않도록 꼭 붙잡는다. 꼭, 붙잡고 싶은 게 비단 그것 뿐만이 아니라고, 뉴트. 따뜻한 마시멜로우 같은 끈적한 말이 입안에 흥건히 고인다. 출처 모를 강한 확신이 온기처럼 온몸을 뒤덮는다. 우리는 꼭 함께 살아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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