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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보인

톰늍 컬러버스




1


가장 먼저 보인 색은 햇빛 색이었다. 햇빛, 해바라기, 프리지아, 고흐의 그림 같은 그의 머리색. 하다못해 가장 값 나가는 금속마저 그와 같은 색이었다. 머지않아 토마스는 그 색을 사랑하게 되었다.

노랑이 보이기 시작한 뒤부터 자꾸만 노랑이 눈에 밟혔다. 하양과 검정 그리고 그 사이 무수히 많은 회색 벽돌 사이로 스민 빛 같은 노랑. 토마스는 노랑을 보는 것을 자제할 수 없었다. 창을 통해 연노랑 햇빛이 들어오면 자꾸 그것만, 또 식단에 카레라이스나 머스타스 소스라도 나오면 거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뉴트는 토마스의 시선을 자꾸만 앗아가는 노랑 중 하나였다.

뉴트는 금발이었다. 그렇다고 샛노란 금발이 아니고, 조금 어두운 지푸라기 색이 얼룩얼룩한 금발이었다. 그애의 머리를 보고 있자면 토마스는 언젠가 노랑이 보인 이후 텔레비전에서 단 한 번 본 가을의 밀밭이 떠올랐다. 또 등하굣길의 이름도 모를 작고 노란 들꽃도 생각났다. 어쩌다 창가에 앉은 뉴트의 머리에 햇빛이라도 비춰 반짝이는 날이면 토마스는 하릴없이 뉴트에게 시선을 빼앗겨 읽던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곤 하였다.

그렇게 뉴트의 머리색을 보고 있자니 그애의 눈동자 색이 궁금해졌다.뉴트의 눈동자 색을 궁금해하자니 그애의 피부 색을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하얀 그 손을 잡고 싶기도.




2


뭐라고? 토마스는 일순간 스스로의 뺨을 세게 칠 뻔 했다. 이 똘추가 뭐라는 거야. 단단히 돌았네. 미쳐 날뛰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책에 시선을 고정시키려던 순간, 노랑이 움직였다. 뉴트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토마스는 다시 눈으로 멀어지는 그를 좇기 시작했다. 서가 사이로 들어갔다가, 다른 틈에서 문 밖으로 나가는 그를.

그때 뉴트가 고개를 돌려 토마스 쪽을 바라보았다.

……어? 토마스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황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니 뒷자리에 토마스보다 내댓 학년은 아래로 보이는 통통한 남자애가 뉴트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뛰었다. 다시 몸을 바로 하고 뉴트 쪽을 바라보자 뉴트 역시 그 남자애에게 함께 손을 흔들어 주는 거였다. 토마스는 맥이 빠져 한숨을 내쉬었다. 힘없이 턱을 괴며 다시 책에 집중하려던 순간.


너 색이 보이는구나.


토마스는 숨기는 걸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염없이 노랑이 사라진 방향만을 바라보다 문득 들려온 확신성 짙은 트리사의 문장에 뭐? 하고 되묻고 말았다. 웃긴다. 내가 저 앨 좋아한다고 누가 그래?


나 저 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아. 단말마의 신음성이 터졌다. 그게 토마스가 처음으로 사랑을 들킨 일이었다. 색을 볼 수 있게 된 것을 가장 먼저 들킨 것은 트리사에게였다. 트리사는 종종 말했다. 나는 네 시선만 봐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그 말마따나 트리사는 가장 먼저 그의 변화를 알아챘다. 어이. 천재 씨. 너 저 애가 여기 들어온 이후로 삼십 분동안 한 문제도 안 풀고 쟤만 쳐다봤어. 토마스는 귀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내가 그랬어?


트리사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로라하는 천재가, 짝사랑 하나 자각 못하다니. 같은 천재로서 부끄럽다.

그러며 트리사는 다시 책으로 눈길을 거두었다. 토마스는 잠시 트리사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따라 책으로 시선을 집중했지만 그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3


뉴트와 토마스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사이었다. 그들이 같이 듣는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없는 물리 뿐이었고, 통성명조차 제대로 한 적 없으니까.

뉴트는 민호와 알비,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몇몇 남자애들과 어울려 지냈다. 대부분이 풋볼 팀이었고, 착하고 시끄러운 애들이었다. 성별을 막라하고 모두가 그애들을 좋아했다. 다행인지 뉴트는 그중에서는 연애 감정이 가장 덜 느껴지는 사람으로 꼽혔다. 토마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간혹 한쪽 다리가 불편해서 절뚝거리곤 하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토마스는 언젠가 치어리더 팀 여자애들이 뉴트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은 적 있다.

반면 토마스는 말하자면, 이상한 애들과 주로 함께 다녔다. 운동장보다는 도서관과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 트리사와 에어리스, 레이첼이 그런 애들이었다. 다른 애들과 지내는 데에 문제는 없었지만 딱히 친해지고 싶어하는 무리는 아니라는 걸 토마스도 알고 있었다. 트리사나 레이첼 정도가 그나마 가장 남들과 사교적으로 어울렸고, 에어리스와 자신에게 다른 애들이 접근할 때는 오로지 쪽지 시험 답을 베끼고 싶어할 때 뿐이었다.

사실 토마스는 뉴트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본인이 아니까 상대도 알겠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4


토마스의 화요일 첫 수업은 물리였다. 십수 년간 언제나 그랬듯이 물리는 토마스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뉴트 역시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거였다. 한시간 내내 토마스의 눈은 노랑을 좇았다. 뉴트 수업 열심히 듣네. 표정 봐, 이해 안 되나 보다. 입가에 바보 같은 미소가 자리하는 줄도 모르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물리 선생님이 그를 불렀다.


토마스, 그렇게 웃고 있는 이유는 수업 내용이 너무 이해가 잘 되어서겠지?


네? 네, 네. 당연하죠. 토마스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물리 선생님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좋아. 그러면 내가 이 지구의 중력과 기압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건 어떤 힘 때문일까? 토마스의 눈길이 점점 칠판으로 향하는 걸 눈치챈 물리 선생님은 칠판 앞으로 가 그의 시야를 방해했다. 토마스는 어렴풋한 기억을 헤집으며 대답했다.


수직항력 때문이죠.

만약 수직항력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럼 우리는 이미 내핵에 들어가 있지 않을까요?


풉. 작게 터져나오는 웃음에 토마스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향해 고개를 들렸다. 거기에 뉴트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토마스를 바라보면서. ……역시 비웃은 거겠지? 한참을 정지해 있던 사고회로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을 때 토마스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이었다.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긴장한 표정을 들킬 것만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토마스는 도망치듯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뉴트가 토미, 토미 자신을 부르며 따라오는 줄은 사물함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사물함을 열기 위해 고개를 들자 사물함에 기대 삐뚜름하게 서있는 뉴트를 보고 토마스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토미. 저기, 네 이름 토마스 아니야?


토마스는 놀라 커진 눈으로 뉴트를 바라보았다. 얘가 왜 내 눈 앞에 서있지? 잠시 입을 우물거리던 토마스는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최소한 내 존재는 알고 있던 게 맞구나.


맞아.아까부터 불렀는데. 못 들었어?

아…… 미안.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없어서.


뉴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럼 내가 유일하네, 좋다. 하며 씩 웃어보이는 거였다. 토마스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고 눈을 깜빡였다. 그. 그런데 왜 불렀어?


아까 네가 대답한 거. 수직항력. 사실 나 수업 제대로 못 들어서 이해가 안 되거든.

아, 그거라면 내가 지금 설명해 줄……

오, 잠깐만.


뉴트는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곤란한 표정으로 토마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쩌지. 나 영어 선생님이 부탁하신 게 있어서, 지금은 들을 시간이 없어. 저기, 괜찮으면 내일 점심시간에 도서관에서 만나는 거 어때?


어, 그래. 대답하려던 말은, 너 도서관 자주 가잖아. 하는 뉴트의 말에 잡아먹혔다. 너 도서관 자주 가잖아. 그건 어떻게 알았지. 문득 자신의 방향을 바라보던 뉴트가 떠올랐다. 아. 번호 좀 알려줄래? 뉴트가 웃으며 토마스에게 제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5


한 번 들킨 비밀은 도미노처럼 연이어 들키곤 한다. 토마스의 시선이 어느 곳에 가닿을 때 그 눈동자가 흔들리는지, 그애의 솔직한 표정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래서 사물함 앞에서 한 무리의 친구들과 떠들던 중 토마스가


나 뉴트랑 뭔가 있는 것 같아.


라고 고백했을 때, 놀리는 사람은 있어도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손에 꼽을 만한 그들의 접점에 대한 토마스의 일방적인 썰풀이가 끝나갈 무렵 갤리는 다짜고짜 한숨을 내쉬었다.


너 또 헛다리 짚냐? 너랑 뉴트랑 있긴 뭐가 있어, 거리가 있으면 또 모를까.


아, 진짜라니까! 토마스는 억울한 표정으로 트리사 쪽을 바라보았다. 편을 들어달라는 의미였다. 트리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너한테 모종의 관심은 있는 것 같다.


야. 괜히 애 희망고문 시키지 말고……


토마스는 다시 언쟁을 벌이려는 트리사(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와 갤리를 외면하며 눈을 굴렸다. 하여튼 무슨 말을 못 해. 꼭 다투는 부모님 사이에 낀 기분을 느끼던 그때, 트리사 옆에서 우물쭈물거리고 있는 소냐가 눈에 들어왔다. 또다른 노랑이었다. 토마스가 덜컥 소냐의 어깨를 붙잡았다. 소냐, 너 뭔가 들은 거 없어?

그 곁에 서있던 해리엇이 소냐의 어깨에서 토마스의 손을 떼어냈다. 소냐는 토마스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다가 내뱉었다.


뉴트는 아직 아무 색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어.




6


말도 안 돼. 토마스는 생각했다. 뉴트가 그걸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돼. 수업을 제대로 못 들었다는 건 더 말도 안 돼. 왜 나한테 그런 거짓말을 한 거지, 왜 하필 나한테. 그러면 괜히 오해하고 기대하게 되는데.

너 정말 이럴 거야? 정 그러면 꼬시면 되지. 트리사가 토마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토마스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심란했다. 사랑이라곤 엄마 아빠와 해본 것밖에 없는 그로서는 뉴트의 호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좋아하지 않으면 왜 그렇게 날 바라봤지. 좋아하는 게 아니면 어떻게 나를 그렇게 자세히 관찰한 거지, 왜 웃어줬지. 어떻게 유일하다고 기분 좋아할 수 있지. 좋아하는 게 아니면 왜 모를 리 없는 문제를 알려 달라고 했지, 왜 번호를 달라고 했지. 왜……


야. 저기 뉴트 온다.


트리사의 말에 토마스는 흠칫 놀라면서도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 노랑을 찾았다. 노란색은 한눈에 눈에 들어왔다. 뉴트의 뒤를 이어 민호와 알비도 보였…… 잠시만. 토마스는 당황한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지금 나 보는 건가?


토마스는 자신을 향하는 게 거의 분명한 그 어두운 색 눈동자를 응시했다. 시선을 피해야 하나. 그런 갈등이 생겼다. 뉴트는 그렇게 잠시간 토마스와 눈을 맞추고 있다가, 분명하게 미소를 지으며 이내 시선을 돌렸다.

토마스는 그의 고개가 돌아간 뒤에도 한참을 그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입을 맞춘 것도 아니고 손을 맞잡은 것도 아니고 눈을 맞추었을 뿐인데, 생각만 해도 얼굴에 확 열이 올랐다. 어떡해. 토마스는 제 입을 틀어막고 식판 위로 고개를 숙였다. 저 금발을 다신 못 본다면 그리워하다 죽을 것만 같았다. 억울함에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얘 왜 이래? 설마 토하려는 건 아니지? 하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어떡해. 날 봤나 봐. 왜 자꾸 나한테, 왜. 진짜 어떡하지.




7


토마스는 다음날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답답해하던 브렌다가 냉소적으로 뱉은 한마디였다. 이 기회를 타고 꼬시던가, 정 불쾌하면 싹을 잘라내던가 해.

아마 브렌다였으면 꼬셨을 것이다. 트리사였어도 꼬시는 걸 선택했겠지. 하다못해 뉴트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토마스는 더 비참해지는 것 같았다. 토마스는 자신이 누군가를 꼬시는 데엔 일가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다음날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뉴트에게서 문자가 온 것은 금요일 점심시간이 되어서였다. 토미, 안녕. 나 뉴트인데 // 요즘 도서관에서 안 보이네. 바쁜가 봐. 두 번에 걸쳐서 온 문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두 시간동안 고민하며 손가락마저 더듬거리던 토마스가, 사물함 문을 닫자 그 뒤에 언젠가처럼 기대 서있는 금발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 도망치듯 뛰어간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젠장. 토미, 잠시만! 하지만 자신을 부르며 뉴트가 따라 뛰고 있다는 걸 알아챈 토마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며 추격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뉴트는 한쪽 다리를 잘 쓰지 못한다. 요 얼마간 오로지 뉴트만 바라보던 토마스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노란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뛰어오는 뉴트가 보였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토마스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뉴트, 미안한데, 내가 좀 바빠서,

소냐가 그러더라.


뭐? 뉴트가 숨을 조금 몰아쉬었다. 소냐가, 그러더라. 내가 아무 색도 보지 못한다고 너한테 말해줬다고.


토마스는 영문을 모른 채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그 얘기를 왜 하지, 갑자기. 혹시 해명하려는 건가, 자기가 거짓말을 한 거라고. 사실은 색이 보인다고. 토마스에 관한 어떤 색이. 괜히 피어나는 희망을 애써 진정시키며 토마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거짓말이었어?

아니.


뉴트의 대답은 허망할 정도로 즉각적이었다. 토마스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역시 그렇구나. 또 괜한 기대를 할 뻔 했네. 수치심에 목부터 귀까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토마스는 억지로 입을 열었다. 잘, 알았어. 물리는 나 말고도, 잘 하는 애들, 있, 으니까…… 어물어물 억지로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어를 조합해 대답을 하려고 애쓰는데, 뉴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눈 갈색이더라.


……어?

네 눈, 갈색이더라고.


토마스는 다시 고개를 들어 뉴트를 바라보았다. 뉴트도 토마스를 바라보았다. 토마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무 껍질 같은 색. 화단의 흙 같은 색. 내 눈도 갈색인데. 넌 모르지. 아직 못 볼 테니까. 미동 하나 없는 담담한 표정으로. 하지만 토마스는 그 손은 긴장한 듯 꼭 주먹을 쥐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건 어떻게……

나도 처음엔 이상했지.


자꾸 눈에 밟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는데 왜 색이 보이지는 않는 걸까. 왜 내 세상은 계속 흑백일까. 뉴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미 색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너랑 대화한 날 점심시간에 네 눈 색을 보고야 알았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당연하잖아. 네 머리색은 검정인데. 이미 줄곧 보이던 색인데 말이야.


……어?


토마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시 단말마의 의문을 던졌다. 스스로도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잠깐만. 이게 뭐지. 색이 보이지 않는댔는데. 거짓말이 아니랬는데, 대체 이게 뭐지. 그러니까 보인다는 건가? 보였다는 건가? 혼란스러워하는 토마스를 기다리던 뉴트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렇게 머리가 좋으면서, 이것도 못 알아듣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뉴트의 손은 이제는 긴장한 듯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와중에도 그걸 발견한 토마스는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지는 걸 주체할 수 없었다. 이내 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가 날 본 것보다 내가 널 먼저 봤다고. 그리고 지금도 보고 있다고.

뉴트가 토마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토마스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이거 고백하는 거지. 천천히 뉴트의 말을 되짚던 토마스가 나직이 말했다. ……너무 직설적이다. 맞지, 뉴트. 대답해 줘. 어? 아, 마음대로 생각해. 뉴트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애써 참으며 토마스의 눈을 피했다. 토마스는 웃으며 뉴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추었다. 다행이다. 계속 보고 있어도 되어서 다행이다. 그러다 보면 뉴트의 갈색 눈동자도 볼 수 있겠지. 그애의 빨개진 얼굴도 볼 수 있겠지. 그 하얀 손을 잡을 수 있겠지. 문득 뉴트의 눈동자에 색이 비쳐 보이는 것 같았다.




0


언제나 가장 먼저 뉴트의 시선에 담기는 것은 토마스였다. 창을 통해 햇빛이 닿으면 밝게 반짝이는 눈동자, 순진한 웃음,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나 집중하는 표정. 같이 듣는 물리 수업에서 자신보다 먼저 답을 말하는 것까지,


머지않아 뉴트는 토마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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