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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톰늍






토마스. 매일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도 좀 만나고 그래.


겨울방학이 시작한 지 삼 주쯤 지난 어느날 참다 못한 트리사가 토마스를 닦달하며 한 말이었다. 그때 토마스는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워 퍼즐 책을 푸는 중이었다. 토마스는 뚱한 얼굴을 들어올려 트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굳이 그래야 하나? 어차피 우리 집에 너 놀러오고, 밥이야 맥딜리버리 시키면 되고, 운동하고 싶으면 러닝머신 있고, 외출하는 것보다 집에서 지내는 게 훨씬 더 재미있는데 왜?

토마스의 말마따나 사실 그는 방학 삼 주째를 제법 알차게 보내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게임을 나날이 레벨업하다못해 컴퓨터와 게임기를 모조리 압수당했고, 그래서 트리사에게 졸라 얻은 퍼즐 책을 세 권째 독파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엑스맨 시리즈를 전부 정주행했고, 인터넷으로 구한 재료들로 하고 싶었던 실험도 해 보고, 읽고 싶었던 책도 마음껏 읽고 이해했으므로 그는 외출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토마스 혼자만의 만족감이었지, 쓰레기통을 채우고도 그 주위에 널브러진 햄버거와 감자튀김 포장지, 러닝머신이 있음에도 빨래건조대로 사용하느라 눈에 띄게 불어난 몸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토마스가 방학을 완변한 잉여로 보내고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트리사는 그런 토마스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사람은 햇볕을 쬐며 살아야 해, 톰. 비타민D가 부족하면 결핍증이 나타날 테고 그건 햇볕을 쬐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쯤은 너도 알잖아. 아무리 네 천재적인 두뇌라도 계속 이렇게 살다간 기억력이 감퇴할 거라고.


음. 트리사,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면 되지 않을까?


대책 없는 토마스의 말에 트리사는 크게 한숨을 쉬며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


네가 여기서 더 폐인이 되면 새학기엔 아는 척도 안 할 거야, 토마스.

설마.

언제 내가 한 번 뱉은 말 안 지키는 거 봤어?


토마스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실을 찾으려 눈을 굴리다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런다고 우리에게 좋을 게 있는진 잘 모르겠다, 트리사. 토마스의 투정에 대답이라도 하듯, 트리사는 바닥에 놓인 토마스의 가방을 건네며 씩 웃었다.






*






트리사, 나 배고파.

진심이야? 아침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내가 오늘 아침을 먹긴 했던가?


너는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의식주조차 혼자 해결 못 하지. 트리사는 타박하듯 한 눈길로 토마스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게 장난이라는 걸 아는 토마스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밥 먹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토마스는 아직도 자신의 옆얼굴을 노려보고 있는 트리사의 시선을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려 버렸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나온 외출은 제법 즐거웠다. 날씨가 어느정도 풀린 덕분에 옷차림도 가벼웠고, 햇살은 따사로웠고, 간혹 불어오는 바람은 머리를 식혀 주었다. ……물론 바람이 불 때마다 트리사의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토마스의 얼굴에 달라붙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리사는 자꾸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던 중 토마스의 눈에 맥도날드가 들어왔다. 입에 들어간 머리카락을 뱉고 끄집어내던 것도 잊고 토마스는 트리사의 팔을 붙잡았다. 맥도날드 가자.


뭐? 넌 집에서 은둔생활 하는 중에도 항상 맥딜리버리 시켰잖아. 질리지도 않아?

안 질려.


그리고 확인해 보고 싶은 것도 있고. 토마스가 사뭇 비장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







매장에선 세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주문을 받고 있었다. 금발의 아르바이트생 한 명, 선이 굵직하고 검은 머리를 세운 아르바이트생 한 명, 그리고 검은 단발머리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르바이트생 한 명. 밥 시간이 아닌데도 손님이 제법 많았다. 트리사는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애써 정리하며 카운터로 걸음을 옮겼다. 잠깐만. 토마스가 트리사의 팔을 붙들었다. 트리사는 얘가 왜 이래, 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으나 별다른 사족은 덧붙이지 않았다.

토마스는 제법 신중한, 또 조금은 긴장한 시선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을 훑었다. 트리사는 여전히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싶은 눈빛으로 토마스의 표정을 스캔하고 있었다. 그때 매장 전화가 울리고, 금발의 아르바이트생이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걷는 몸이 조금 기우뚱했다. 네 맥도날드입니다. 그 목소리와 영국식 억양을 들은 토마스가 눈을 반짝이며 트리사에게 뭐라고 신나게 말을 건네려 할 때 검은 머리의 아르바이트생이 그들을 불렀다.


주문 여기서 도와드리겠습니다.


토마스는 갑자기 그들 앞으로 다가온 아르바이트생에 당황한 듯 눈을 깜빡거렸다. 어. 그러니까. 저희가, 트리사는 토마스의 눈동자가 여전히 그 알바생 너머에서 통화중인 금발 아르바이트생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 금발 아르바이트생이 통화를 마치고 메모장을 단발머리 아르바이트생에게 건네러 주문 받는 쪽으로 걸어오자 트리사는 여전히 더듬거리며 변명을 구상중인 토마스를 뒤로 하고 급히 그 금발의 아르바이트생을 불러세웠다.


저기, 더블불고기버거 하나하고요,


금발의 아르바이트생은, 분명 그 앞에도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있는데 왜 굳이 자신을 불러세우는가에 대한 옅은 의구심을 표정에 드러낸 채, 네. 대답하며 트리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토마스, 너는 뭐 먹을래?


어? 어, 나도 같은 걸로. 토마스가 트리사를 보지도 않고 대꾸하자, 금발의 아르바이트생은 토마스 쪽을 힐끗 보더니 더블불고기버거 두 개요. 아, 하나는 사이즈 업으로요. 하는 트리사에게 다시 집중했다.







*







내가 말하니까 나 흘끗 보는 거 봤어? 분명 내 목소리 알아들은 거야. 토마스가 조금 상기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이름표 봤는데, 이름이 뉴트인가 봐. 미친. 어떻게 이름도 뉴트지? 좀 더 참아줬다가는 매장 식탁을 부술 기세였다. 트리사는 영 귀찮다는 듯 그의 앞으로 버거 한 개를 밀어 주고는 자신의 버거 포장지를 까기 시작했다. 저기, 사람은 소리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거든. 톰, 헛다리 짚다가 경찰서 끌려가는 수가 있으니까 허튼 생각 하지 마.


하지만 분명 알아본 것 같았는걸. 날 본 게 문제가 아니라, 표정이 알아보는 표정이었다고. ……잠시만, 내 게 사이즈 업 아니었어?

네가 뭐가 예쁘다고 네게 사이즈 업을 사 줘? 당연히 내 거지.


트리사는 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 토마스는 반박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







*







뉴트. 아까 그 손님 아는 사람이야?

누구?

그, 둘 다 검은 머리에, 우리 또래의 남자애 하나랑 여자애 하나. 내가 주문 받으려고 했는데 굳이 너한테 주문을 하려고 하던데. 잠시만, 저기 둘이 앉아 있네. 다시 한 번 봐. 아는 사람이야?


뉴트는 민호가 가르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이 남매처럼 퍽 닮은, 검은 머리의 손님 둘이 앉아 있었다. 아. 저 사람들. 뉴트가 낮게 중얼거렸다.


글쎄. 목소리는 들어 봤는데, 확실치는 않아.

목소리는?

사실, 매일 전화로 주문하는 사람이랑 목소리가 비슷하거든. 전화로는 대량 주문일 때만 해 달라고, 어플 있는데 왜 안 쓰시냐고 해 봐도 계속 전화 걸어서 주문하더라고. 그래도 뭐 어쩌겠어, 손님인데.


뉴트가 카운터에 기댄 자세를 조금 고쳤다. 한 번 그 손님들에게 닿은 시선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기가 찬 투로,  아니, 트리사. 너 그거 다 먹지도 못할 거잖아. 억지부리지 마. 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뉴트는 잠시 그들을 주의깊게 바라보며 뜸을 들였다. 뭔데. 답답하단 듯 묻는 민호의 말에, ……역시 남매겠지? 관심 없는 척 조금 날 선 목소리로 내뱉는 뉴트였다.


왜. 관심있어? 민호가 뉴트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그의 시선이 향하는 쪽을 함께 바라보았다.


관심은.


뉴트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때마침 손님이 들어오자 민호는 다시 주문을 받기 위해 바로 섰고, 뉴트는 그런 민호를 힐끗 바라보았다.







*







그 손님은 다음날에도 매장을 찾아왔다.


그 다음날에도,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그 손님은 뉴트가 일하는 매장을 찾아왔다. 그가 아직 매장에 오지 않았을 때, 매일같이 전화로 주문하고 아르바이트생들을 귀찮게 할 때,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항상 전화로 햄버거를 시켜 먹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의 외모보다는 성격을 먼저 상상했다. 게으른 사람일 것 같다. 전화 주문은 단체가 아니면 삼가 달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전화를 고집하는 게으르고 뻔뻔한 사람. 혹시 어플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많은가,라기에는 말투가 퍽 어렸다. 오늘은 아침 점심 저녁 중 언제 전화가 올까. 한 번만 올까 두 번 올까.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뉴트는 카운터에 기대 문제의 그 손님을 바라봤다.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햄버거를 먹던 그는 몇 번 카운터 쪽을 힐끔거리다 뉴트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전화선으로 듣던 목소리의 주인공을 실제로 보니 연예인 같기도 하고, 신기해서일까.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항상 찾아와 나를 거슬리게 하는 걸까. 흑갈색 곱슬기가 있는 짧은 머리, 조금 수그리고 있었지만 어깨가 듬직해 보였다. 상상보다도, 그리고 이전에 가늠한 것보다도 덩치가 큰 것 같았다. 코가 예쁘네. 스쳐지나가는 생각. 그때 그가 조금 고개를 돌렸다. 옆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더욱 밝게 빛나는 갈색 눈. 뉴트는 어쩌면 영원토록 눈을 뗄 수 없었다.

정말이지 어떤 사람이길래 항상 찾아와 나를 신경쓰이게 하는 걸까. 안 된다는데도 기어이 전화로만 주문을 하는 사람은, 굳이 나를 보겠다고 하루에 한 번은 뻔뻔스럽게도 꼭 찾아와서는 내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정말 햄버거만 먹고 가는 사람은. 뉴트는 기대있던 자세를 조금 고쳤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꾸 궁금한 점이 생겼다. 어쩌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안녕하세요. 뉴트는 벌써 일주일 째 일례행사처럼 하루에 한 끼 혹은 그 이상을 맥도날드 매장에서 때우는 검은 머리 손님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냥 멀뚱히 바라본 것도 아니고 지칠대로 지쳐서 될 대로 돼라 식으로 멀뚱히. 누가 보면 그 손님이 찾아오는 것을 지겹게 여기는 것 보일 정도로.

뉴트는 실제로 조금 지쳐 있었다. 또 그 원인이 그 손님이긴 했다. 하지만 뉴트는 자신에 대한 관심 하나로 검은 머리의 손님이 매일 매장을 찾아오는 것을 지겹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제법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고, 그가 찾아오는 것도 즐기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가 답답해하는 것은 손님의 태도였다. 매일같이 매장에 오면서도 정말 버거를 주문해서 다 먹으면 돌아가는 패턴이, 뉴트에게 주문 외의 다른 말도 걸지 않으면서 자꾸만 그를 흘끔거리는 태도가 뉴트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골든포테이토버거 세트 하나 주세요.


검은 머리의 손님이 뉴트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주문했다. 뉴트는 의도치 않게 조금 퉁명스런 어조로 가격과 현금영수증에 대해 읊조리고 그에게 진동벨을 건넸다. 그 과정에서 손과 손이 맞닿자 손님은 멋쩍어하며 진동벨을 받아갔다.

뉴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온 손님이 닦달하는 바람에 금방 다시 고개를 돌려야 했지만.







*






점심 때여서인지 한꺼번에 몰리던 손님의 발걸음이 끊이자 뉴트는 그제야 한시름 놓고 쉴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민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른 날 같은 시간보다 확연히 많은 손님에 볼멘소리를 늘어놓으려던 뉴트의 입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은 이랬다.


왜 번호를 안 물어보지?

너무 가는 거 아니야?


미심쩍어하는 민호의 말에 뉴트는 눈을 굴렸다.


너무 가다니. 일주일 쯤 간 봤으면 이젠 뭐라도 작업을 시작해야지. 이러다가 영원히 이 시기에 머무르면 저 사람 건강에 일단 문제가 생길걸. 그럼 내가 괜히 죄책감 들 것 같다고.


미간을 좁힌 채로 말하며 뉴트는 주방식탁에 슬 기댔다. 차분한 말투였지만 그가 이 문제에 제법 신경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민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뉴트를 따라 주방식탁에 기대며 대꾸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솔직히 기대하고 있는 거지?

젠장. 아니라곤 못 하겠네.

그럼 뭘 기다려?


뉴트가 민호를 바라봤다. 당연히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그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게 보였다. 잠시 속으로 갈등하던 뉴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삐뚜름 기대있던 자세를 곧추 세웠다. 민호. 나 잠깐 자리 비운다.







*






저기요.


뉴트가 카운터 안쪽과 바깥쪽을 가르는 문을 열고 나가 막 식당 밖으로 나서는 토마스를 불렀다. 들리지 않은 건지 토마스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가 나가자마자 한무리의 십대 손님들이 우르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뉴트는 그들을 억지로 헤치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 밖으로 나와 조금 둘러보다 보니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토마스가 보였다. 햇빛에 눈을 조금 찡그리며, 뉴트는 천천히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요.


저기요!


뉴트의 목소리를 들은 토마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맥도날드 앞에 버젓이 서있는 뉴트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눈이 둥글어졌다. 일주일 째 일방적으로 바라만 보고 있던 사람이 눈앞에 서있었던 것이다. 뉴트가 언제나와 같이 기우뚱하는 걸음으로 넋이 나가 있는 토마스의 앞까지 다가갔다.


계속 불렀는데. 못 들으셨어요?


아, 어, 음. 횡설수설하던 토마스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대답했다. 저를 부르는 거라고 생각을 못해서요. 알았으면 진작 돌아봤을 텐데. 그의 시선이 뉴트의 발치에 꽂혔다.


그, 저. 제 이름은 토마스, 토마스 머피예요.

알고 있었어요. 저번에 친구분이 부르는 걸 들어서. 저는 뉴트 아이작이라고 합니다.

아. 알고 있었어요.


이름표를, 봐서. 혹시 이름을 알고 있었다고 불쾌해하는 건 아닐까. 토마스는 앞에 서있는 누가 봐도 규칙에 연연할 것 같은 뉴트에 덜컥 겁을 먹어 황급하게 덧붙였다. 갑자기 찾아온 어색한 침묵에 뉴트는 애꿎은 머리만 정리하다가 대뜸 손을 내밀었다.


혹시 잠깐 휴대전화 좀 빌려 주실 수 있으세요?


뉴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토마스는 주머니를 뒤적여 휴대폰을 찾아 건넸다. 그러던 중 두어 번 헛손질을 해 휴대전화를 떨어뜨릴 뻔 하는 것이다. 뉴트는 그 모습이 조금은 어이없고, 어쩌면 조금은 귀엽기도 해 피식 예의없는 웃음을 흘릴 것 같았지만 입가에 애써 정중한 미소를 띠고 그가 건네주는 휴대전화를 받았다. 휴대전화에 자신의 번호를 찍는 뉴트의 손을 보며 토마스는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 제 번호. 혹시 괜찮으시면,


……연락하시라고. 뉴트가 말을 마치며 토마스의 표정을 흘끗 살폈다. 약간 경직된 토마스의 턱이 보였다. 내가 혹시 뭐 잘못한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 가게로 돌아가려는 뉴트의 뒤에 대고 토마스가 급하게 말을 뱉었다. 잠시만요.

뉴트가 도로 고개를 돌려 토마스를 봤다. 토마스가 조금 미간을 좁히더니 물었다. 왜…… 먼저 연락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그쪽은 제 번호를 알고 계시잖아요.

뉴트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기분이었다. 알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지. 토마스가 맥딜리버리를 하루에 한 번 이상 꼴로 시키기 시작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이미 그 번호는 외우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번호로 연락을 할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그러니까 그것 때문에 번호를 주지도, 물어보지도 않은 건가? 대체 그런 법이 어디 있담. 뉴트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대꾸했다.


저한테 직접 번호를 주신 것도 아닌데 제가 입장도 묻지 않고 연락하면 예의가 아니니까요.


아아. 토마스가 짧게 대답 비슷한 말을 내뱉었다. 토마스는 수치스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는 목소리 듣고 싶다고 하지 말라는 전화도 하고, 얼굴 보고 싶다고 일주일동안 따라다녔는데 저 사람 눈에는 얼마나 예의없게 보였을까. 한없이 어려진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토마스는 느릿하게 두어 번 고개를 주억거렸다. 뉴트는 이제 끝난 건가, 싶어 다시 뒤를 돌았다. 걸어가는 뉴트의 뒤에서 토마스가 뜬금없이 목소리를 높여 여과 없는 말을 외쳤다.


안 되겠다. 저 당신이랑 결혼해야겠어요.


뭐? 뉴트는 못 들은 척 계속 걸었다. 얼굴에 확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마 창피하기 때문이겠지. 아. 어쨌건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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